울트라부스트19는 정말 이전의 단점이 개선됐을까?
저는 폼쿠션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부스트는 특히 불호입니다. 울트라부스트, 이지부스트350 저는 정말 별로입니다. 그런데 이번 울트라부스트19는 궁금하더군요. 이유는 힐카운터의 케이지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쫀쫀하다고 소문난 레이스리스 울트라부스트 니트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아닐까 했던 360니트가 뽐뿌를 더했습니다.
그러나 부스트는 불호이므로 아웃렛에 나오면 할인된 가격으로 신어보고 호기심을 해소할 참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제가 레드의 힐케이지가 마음에 든다는 점이었죠. 그래서 처음 발매한 ‘레이저 레드’ 때 고민이 깊었습니다ㅎ 풋셀 회원님들도 많이들 그러시겠지만 제품이 소진되자 ‘다행이야…’하며 안심했습니다ㅋ
그런데 비슷한 컬러가 또 나와버리더군요; 더군다나 이 ‘클리어 브라운’ 컬러에서는 ’레이저 레드’에서 검은색이던 부분이 잉크색인 점에 또 한 번 마음이 뺏겼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공홈만 들락날락하던 차에 슈즈코치에서 아웃렛 예상 가격에 판매하길래, 결국 에라 모르겠다 하고 질렀습니다. 올해 일년동안 세 켤레만 사기로 결심했는데 벌써 세 켤레를..:;
조금 신어봤는데요, 저처럼 고유의 단점 때문에 울트라부스트 기피하셨던 분들께 이번 19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공유하고자 이렇게 게시물 씁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제가 폼쿠션을 선호하지 않지만 에픽 리액트는 괜찮더군요. 안정감이 있어서, 무게에 지나치게 쉽게 반응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무게에 쉽게 반응하면 다른 때는 괜찮은데 얼마간 서있다 보면 종아리가 금방 피곤해지더군요. 루나도 프리런도 부스트도 다 그점 때문에 싫었습니다. 서있을 때 안정적이지 않아서 불필요한 피로감을 준다는 점 때문에요. 그런데 에픽 리액트는 괜찮더군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부스트에 비해) “단단한 느낌”이라고들 묘사하시지만 이게 정말 단단한 건 아니니까요. 부스트 만큼이나 무게에 민감하게 반응하니까요.
이미지 출처: https://www.runningshoesguru.com/2018/02/nike-epic-react-flyknit-review/
저는 그 비밀이 힐카운터에서 이어지는, 뒷꿈치 쪽 폼을 지붕처럼 덮고 있는 이 케이지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폼이 뒤꿈치의 범위보다 넓게 퍼져있고, 그걸 단단한 재질로 고정해둔 것이 안정감의 비밀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웬 걸, 이번 울트라부스트19가 그 구조를 갖춰 나왔고 신어본 분들도 단점이 보완됐다 말씀하시는데다가 리액트처럼 “단단한 느낌”이라는 표현이 쓰이는 걸 보면서, 이번 울트라부스트19에서는 정말 제가 싫어하는 단점이 개선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 지점 때문에 이번 울부19에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저말고도, 적어도 유명 리뷰어분들은, 이 지점을 눈여겨 보셨다거나, 기존의 울트라부스트의 단점은 무엇이며 이번 19에서 그점이 개선되었다면 어떤 이유로, 어떤 점들이 달라졌는지 그것이 타당하든 그렇지 않든 구체적인 지적이 있을 줄 알았는데 좀처럼 언급이 없더군요. 아쉬웠습니다.
어쨌든 제가 눈여겨 본 케이지 때문이든 다른 요인 때문이든 분명한 건 서있을 때 이전의 울트라부스트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입니다.
집에서 처음 발을 넣고 일어섰을 때부터 이전의 울트라부스트와는 확실한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부스트 특유의 물렁함이 이전에 비하면 거의 없다시피 느껴질 정도입니다. 신발의 구조가 발이 쏠리지 않도록 잘 잡아준달까요? 에픽 리액트와 비슷한 느낌이 있지만 발을 지탱해주는 요소들이 좀더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첫 외출은 일부러 발이 많이 피곤한 날로 잡았습니다. 빨리 걷기도, 살짝 뛰어보기도 하니 부스트의 물성도 조금 달라진 듯한 느낌이었는데요, 부스트 밧슈들을 신어보지 못해 모델마다 어떤 차이를 가졌는지 알 수 없으나 호평의 부스트 밧슈들이 이런 특성을 가졌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이게 두께 차이 때문인 것 같기도 한데 뛸 때 예전에는 앞꿈치 쪽이 완전히 눌리면서 결국 충격흡수를 못해주는 느낌이 있었다면(이점은 리액트가 더 심하죠) 19는 앞꿈치가 깊게 꺼져도 젤 같은 걸 밟는 느낌이었습니다. 조금 확대해서 표현하자면 나이키가 앞줌을 넣어 놓는 것처럼 미드솔 안에 추가 옵션이 있는 것 같달까요? 재미있었습니다. 뒷꿈치는 풍성하면서도 안정적입니다. 반면 부스트 쿠셔닝의 개성은 많이 희석된 느낌입니다. 전반적으로 리액트와 비슷한 인상을 주면서도 앞쪽은 젤 같은 느낌도 있고 전체적으로는 리액트보다 안정적이고 묵직한 느낌(무겁다는 뜻은 아닙니다)이 들었습니다.
에픽 리액트를 불편함 없이 신으셨다면 이번 울트라부스트19는 착용해보셔도 괜찮을 듯합니다. 러너들의 후기를 고려해보았을 때 이 정도의 안정감이라면 다리에 피로가 싸였을 때는 오히려 에픽 리액트보다 울트라부스트19가 한결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나 에픽 리액트도 과하셨다면 이번 울부19도 고민을 좀 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귀가할 때 즈음에는 집에서 나설 때보다 발의 피로감이 줄어있었습니다. 신발이 아닌 다른 요인들이 작용했겠지만 덕분에 첫인상이 좋았습니다. 이제야 완성된 울트라부스트를 신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길이가 좀 깁니다. 저는 니트 재질 신발은 웬만해선 ‘정사이즈’를 신습니다. 처음에는 압박하는 듯해도 얼마 지나면 발에 잘 맞게 늘어나니까요. 이제 니트 어퍼 신발은 발을 쫙 감싸주는 맛에 신습니다. 그래서 이번 19도 정사이즈 갔는데요, 앞이 다른 신발들에 비해-살짝 과장하자면-1미리 업 한 것 마냥 깁니다. 반면에 볼은 좁아요. 해외 리뷰어들 사이즈팁 확인해보고 이틀 고민하다가 결국 반다운으로 교환했습니다. 니트는 늘어나니까요. 반다운 신어보니 처음에는 발등 쪽에 압박이 좀 있었는데 두어시간 지나자 괜찮아졌습니다. 볼은 정사이즈와 큰 차이 없었습니다. 에픽 리액트 정사이즈 정도로 조이는 듯한데요, 신발의 부피감도 그렇고, 저는 이쪽이 더 좋네요. 칼발이신 분들은 1mm 다운까지 고려해볼 수 있을 듯합니다.
아쉬운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검은 부분 니트가 윗부분 니트보다 유연합니다. 상대적으로 짜임이 적어 윗쪽보다 얇습니다. 발 윗 쪽보다 옆 쪽이 더 탄탄해야 지지력에 좋아질 텐데… 아마 360니트를 만드느라 이렇게 됐겠죠? 다양한 상황들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두고봐야 하겠습니다만 처음엔 많이 아쉬웠습니다.
저는 이 두 지점이 아쉬웠습니다. 구매하실 때 참고하시고 사이즈와 구매는 꼭 신어보신 뒤 결정하시고요,
아웃솔은 울부 올터레인과 비슷한 모습입니다. 저는 올터레인은 없고 어머니 사드렸는데 정말 잘 안 닳더군요. 아웃솔은 이제야 이름 값 해줄 거라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토션의 변화가 어떤 효과를 주는지까지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변화된 토션이 좌우 쏠림을 덜하게 해 안정감을 더했을까요?
다른 회원님들의 소감, 후기도 궁금한데요. 이상할 정도로 코멘트가 없는 신발입니다ㅎ
아무쪼록 저처럼 궁금하지만 선뜻 구매하지 못하고 계셨던 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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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생각 없이 신고있었는데 이 글 읽고나니 많이 공감도되고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드는것 같습니다
앞코는 진짜 많이 남는것 같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