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마케터 그 경계를 걷는 버질 아블로 (조던 5의 영향을 시작으로 한 분석-희소가치의 형성조건)
이따금씩 스니커톡 게시판에 칼럼형식으로 특정 스니커 또는 브랜드에 대해 주관적인 평가 등을 늘어놓으며 회원님들과의 생각을 공유하고자 글을 쓰곤 했는데요 한동안 중심 소재가 없어 뜸한 암흑기를 가지던 중 최근 들어 오프화이트의 행보에 관심이 가 이번에도 나름대로의 분석을 해보았습니다.
(장문의 글인지라 스니커 시장의 흐름이나 각 브랜드 별 특징에 대해 큰 관심이 없는 한 이 글이 정말 재미없을 수도 있겠지만 한번씩 확인해주신다면 회원님들의 개인적인 생각을 자유롭게 적어주세요!)
먼저 제가 이번 "스니커톡"의 중심제로 오프화이트를 정한건 얼마전 오프화이트 조던 5 의 발매 때문입니다 ㅎㅎ 이 제품의 경우 타 해외 리테일러조차 래플을 진행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였고, 특히나 국내에선 자유롭게 드로우에 참여할 기회라곤 공홈밖에 없지 않았나 싶군요. NBA 올스타 시즌을 기념하는 모델이기 때문인지 수량 자체가 굉장히 적게 나왔습니다. 이 부분에서 제 의문이 처음 시작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듯 합니다.
단지 수량이 적어서 이렇게 프리미엄이 형성되고 여러 패션 블로거와 유튜버들이 난리를 떠는 것인지 아니면 버질 아블로가 가지는 "무언가" 가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사실 수량의 감소가 희소성이나 이에 따른 분위기 형성과 비례한다면 조던 16 CEO 를 그 반례로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전세계 2300족 한정 판매되었던 모델임에도 불구, 지금처럼의 뜨거운 열기와 시장에서의 프리미엄은 기대할 수 없었죠. 말인즉슨 특정 스니커에 대한 스니커 씬의 관심 집중도는 단순히 수량에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님을 천명한 셈이죠. 그렇다면 왜 저를 비롯한 많은 스니커헤드들이 "오프화이트" 라는 브랜드에 열광하는 것일까요?
저는 그 이유로 -디자이너의 혜안, 마케팅과 감성-을 꼽고 싶습니다. 2017년 오프화이트 더 텐 시리즈의 스니커 콜렉션을 기억하시나요. 버질 아블로가 스니커에 성공적을 도입한 "해체주의" 감성을 뒤에 엎고 그렇지 않아도 베스트셀러 자리를 굳건히 지켜오던 스니커들이 알 수 없는 매력으로 스니커헤드들에게 다가왔죠.
설포를 뒤집어 엎고, 나이키 택을 재배열하고, 스우시를 떼어내는 등의 시도는 특정한 쉐잎에서 벗어나는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심미적으로도 이상적인 형태로만 생각해오던 쉐잎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버린 시도가 소비자들의 소유욕을 자극했던 것이죠. 오죽하면 당시 더텐 블레이져를 빼닮은 "블레이져 미드 XX" 를 출시하고 나이키에서 더 텐 시리즈 유사품을 따로 만들어냈을까요. 그 당시 버질 신드롬이란 후광을 등에 엎은 버질 아블로는 끝내 루이비통의 아트디렉터로까지 데뷔하게 됩니다. 킴 존스가 꾸민 "젊어진 루이비통"을 "힙한 루이비통"으로 한 단계 진화시킨 주역이 됩니다.
'현재 루이비통은 이전의 고유감성이 사라졌다, 중후함을 찾을 수 없다' 등등의 여러 비평이 양상을 이루고 있지만 그가 몸담고 있는 디자이너 하우스
(LVMH) 입장에선 시장성을 확보하면서도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해낸 지금의 상황을 격하게 반기고 있을 듯 합니다. 실제로 패션 씬에서조차 스트릿 웨어와 하이엔드 감성을 결합한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을 정도이니 말입니다.
버질 아블로가 이러한 평가를 의식이라도 하는 것일까요 루이비통에서의 컬렉션은 이제껏 그래왔듯 열광의 박수를 받으며 화려한 색채를 가진
2020 ss 시즌은 물론 프리 fw 시즌의 마무리를 지었지만 오프화이트에서의 활동은 한동안 눈에 띄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특히 나이키 x 오프화이트 우먼 아슬릿 (NIKE x O.W women athlete) 컬렉션에선 수많은 스니커 헤드들이 비평을 쏟아냈습니다. 베이퍼스트릿, 와플레이서, 줌 카이거의 아웃솔을 보며 선인장이라는 별명을 붙이는 등 말이죠. 당시 이전처럼 센세이셔널한 콜라보를 기대했던 여럿 매니아들은 컬렉션의 발매 이후 버질 아블로가 칸예 웨스트를 닮아간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곤 했습니다. 색깔놀이를 하는 칸예 마냥 "열일하지 않는다!" 라는 평가였던 것이죠.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찰나였습니다. 매력적인 컬러웨이로 여러 매니아들의 향수를 불러 일으킨 덩크 로우 모델로 자신의 건재함을 다시금 알렸습니다. 그리곤 3일전 누구나 환영할만한 모델과 컬러웨이를 가진 조던 5 콜라보 제품을 내놓으며 다시한번 스니커씬을 흔들었습니다. 한동안의 잠적기(?) 를 지나 다시 상승세를 타고 올라가는 오프화이트의 행보는, 아니 어쩌면 '버질 아블로' 의 성공적인 행보는 마케팅과 감성의 승리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미 한 차례 수량으로 희소가치를 굳히는 마케팅 기법을 사용,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디자인을 통해 제품감성을 견고히 한 것이죠. 제가 구독하는 한 유튜버는
"버질 아블로야말로 소비자의 분신이다. 그 또한 드로우 탈락, 당첨의 손맛을 느끼며 자라온 세대이며 조던에 열광하던 소년이었다"
라며 그의 경험을 토대로 한 마케팅 성공에 혀를 내두릅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마케팅과 예술의 대립" 이 발생하나봅니다. 한 디자이너는 버질 아블로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는 사업가지 디자이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술을 상업수단의 도구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던 버질 아블로를 제대로 비꼰 것이죠. 비슷한 맥락에서 캐스 허스트라는 아티스트 또한 신랄하게 비난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허나 여기서 눈여겨 볼 점은 버질 아블로와 캐스 허스트의 작품 소비자들은 (위와같은 비평을 쏟아낸 디자이너 또는 일부 업계 관계자와는 다르게) 오히려 열광 한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예술작품보다 효용가치가 더욱 크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아트웤을 스니커 또는 클러치백 등등의 여러 의류아이템에 적용시키고 더 나아가 쥬얼의 형태로 소비하는 것을 더욱 반기는 것이었죠.
이러한 점을 미리 꿰뚫어 봤다는 점에서 사업성과 예술성을 두루 갖춘 인재로 평가받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머지 않아 제 2의 버질 아블로, 또다른 개념을 정립할 디자이너가 나올텐데 그 디자이너는 누가 될지 풋셀 회원 여러분들의 예상이 궁금합니다. 또 개인적으로 생각하시는 '성공적인 아티스트' 의 기준이나 요건에 대해서 자유롭게 말씀 남겨주셨으면 좋겠네요 ㅎㅎ
더 나아가 현 패션 씬의 흐름이 어떤지, 앞으로의 움직임은 어떨지 친히 가르쳐주실 패잘알 회원님이 계시거든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꼭 저를 좀 가르쳐주십쇼.
노트북으로 주저리주저리 쓴 글이네요ㅠㅠ 모바일 버전으로 읽기도 불편하고 에러사항이 있을 수도 있지만 하고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생각을 공유해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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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예상으로 제2의 아블로는 퓨추라 혹은 킴존스가 될 것 같네요! 아무래도 요근래 컬렉션들을 보면 캘빈클라인의 203 라프시몬스 라인은 매니아층을 겨냥했고, 디올은 점차 협업의 범위를 늘려가며 리모와나 조던 등으로 뻗어나가는 중이고, 퓨추라는 의류 및 악세사리에 국한되지 않은 콜라보/디자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버질 아블로의 2019/2020 타이다이는 감성을 끌어내는 데에 그리 큰효과를 보이지 않았지만 퓨추라의 bmw, 오프화이트 콜라보 라인은 큰 호평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현 패션 씬이나 디자인 씬은 기존의 것들과는 다른,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내려 하고 있습니다. 나름의 과도기라고도 생각하구요! Sns, 웹사이트, 에디토리얼 등 관심 있는 분야의 수많은 정보들을 컬렉한 머리 큰 소비자들이 많앚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그런 소비자들을 만족 시키기위해 한없이 새로운 것들을 쏟아내고 있는겁니다. 추가로 각자 개인의 생각들, 개인의 특성들을 부각시킬 수 있는 오브젝트들이 더 큰 호평을 받아내고 있는 것 같아요!
저도 관심이 있고 많은 정보들을 모으고 거리에 나가 사람들을 구경하고 룩북, 패션 매거진, 패션 위크 사진 등을 보면서 별건 아니지만 나름 관심이 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다보니 대략의 흐름은 조금 읽어오고 있었다고 생각한 것들을 끄적여봤습니다ㅎㅎ
제가 정답은 아니지만 제 의견이 종훈님의 생각을 정립하시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